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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크로스핏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크로스핏충주)

by 투지하우스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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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운동회를 하게 되면 나는 신났다. 내가 달리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면 항상 1등이었고 운동회의 꽃인 계주에도 항상 나갔다. 부모들의 참여를 위한 경품을 걸고 하는 달리기에서 엄마는 항상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본인 말로는 달리기를 잘했고, 높이뛰기 육상선수를 했었다고도 했는데 어린 시절 내 눈에는 그게 거짓말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가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 둘을 낳고 4~5년 운동이라고는 숨 쉬는 것과 걷는 것밖에 없었던 나. 조금만 달려도 골반이 삐걱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이제는 운동이 싫다. 출산하면서 약해진 관절, 육아하면서 할 수 없었던 운동, 해가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면 조금만 무리하면 몸이 아파왔다. 우리 4명을 낳고 기르신 엄마는 나보다 더 하지 않았을까?

 

첫째가 남들과 다르다. 자폐와 지적 장애가 의심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애들은 밥도 잘 안 먹던데, 같은 유치원 같은 특수반인 아이들과 비교하면 1살은 더 먹은 것처럼 크다. 선생님은 아이가 하원할 때마다 "밥을 잘 먹어서 이쁘다, 오늘도 밥 잘 먹고 간식도 잘 먹었다, 본인보다 더 많이 먹는다".라고 이야기 하셨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외식을 하게 되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다. 편식이 심한 편인데 골고루 먹이려고 애를 써서 그런지 아이는 22kg 키도 110cm 정도라 5살이 아닌 7살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내 체력과 힘. 남자아이라 가면 갈수록 덩치와 힘은 더 세진다. 아직 아기라 내가 감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묵직한 첫째가 달려와서 안기게 되면 휘청거리기 일쑤. 아이 아빠도 버거워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신랑이 운동을 시작하는 건 어떠냐고 했다. 지금이야 어려서 어떻게든 통제가 되는 수준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힘으로는 이기기 힘들 것 같은데 이제부터라도 아이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건강과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충주에서 나름 규모도 있고 커리큘럼도 잘 짜여 있다. 열정적인 관장님이 365일 문을 열어 두고 계셔 수업이 없는 날에는 헬스장처럼 와서 혼자 운동하고 홀연히 사라져도 된다. 12월 초부터 등록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제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첫날에는 체험을 했는데 하필이면 강도가 높은 운동이었다. 철봉에 매달려서 하는 운동이라니.... 손도 아프고 코어에 힘도 없고... 하지만 혼자 헬스장에서 1시간 2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동작에 대해 배우고 짧은 시간에 고강도 운동을 하다 보니 고강도로 힘들게 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일단 한 달만 해보자 하고 한 달 등록을 했다.

1년 등록하면 한 달에 10만 원 정도니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1년을 추천하지만 일단 한 달만 등록을 해보고 내가 꾸준히 갈 수 있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그룹 PT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수업을 듣는데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함이 덜 하고 묘하게 경쟁심리까지 자극이 돼서 헬스장등록하고 재미없어서 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다음날도 나갔다. 운동 사이에 스쿼트 100개 정도가 껴 있었는데(물론 나눠서 했다.) 집까지는 잘 왔는데 씻고 난 후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걷다가 무릎이 꺾여 집에서 계속 넘어졌다. 새끼발가락도 꺾여서 퉁퉁 부어올라 부러진 줄 알았는데 다행히 X-ray를 찍어 보니 멀쩡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도대체 운동 후 힘이 들어가지 않아 넘어졌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이해가 안돼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고 뒤졌다. 간신히 2 3개의 글을 찾아봤는데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며 24~48시간 정도 후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이때 단백질이 많은 음식이나 이온음료가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겪어본 봐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근육을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았다. 

 

지금에서야 알게 됐는데 내 스쿼트 자세가 잘못된 거였다. 햄스트링이라고 허벅지 뒤쪽 근육이 땅겨야 하는데 운동할 때는 허벅지 앞쪽이 당겼다. 무릎이 약하고 몸에 무게가 많이 나가다 보니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게 되고 그만큼 허벅지에 큰 무리를 준 것이었다.

 

막 태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네발짐승처럼 내 다리는 후들거렸고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틀을 보냈다. 쉬어야 했으나 그거 조금 했다고 못 걷는 게 말이 되냐고 눈치를 주는 신랑 때문에 외출을 했으나 넘어져서 신랑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나기를 몇 번... 결국 매장 내에 있는 휠체어를 빌려 타고 돌아다녔다. 이 이후로 운동에 더 열을 낸 것 같다. 이 정도로 무너진 나 자신이 너무 창피해서 말이다.

 

크로스핏은 정말 나처럼 근육이 부실한 사람한테 정말 단 시간에 몸에 근육을 붙게 만들었다. 항상 팔이 뻐근하고 다리가 아프고 몸이 편할 날이 없었는데 근육통이 사라지고 나면 어느 정도 힘이 늘어난 게 느껴졌다. 남편의 도움도 컸다. 저녁에 운동을 하러 가면 아이들을 케어해줘 내가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줬다.

 

신랑 복직 후 첫째는 방학을 했고 그만큼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크게는 아니지만 성과가 보이고 있으니 이번 설 명절이 지나면 장기등록을 해 볼 생각이다. 덤벨을 머리끝까지 올리며 부들거렸던 팔이 조금 더 힘차고 수월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아, 내가 전에는 부들거렸는데 지금은 좀 더 괜찮네" 하면서 희열이 올라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새해부터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져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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